국왕대권國王大權과 헌법적 관습
영국의 불문헌법은 여러 독립적인 법원(法源)으로 구성된다. 이 시리즈의 앞선 글에서는 의회제정법(Acts of Parliament)과 판례법을 주요 법원으로 살펴보았다. 이 글에서는 영국 헌법 질서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두 가지 추가적인 법원, 즉 Royal Prerogative(국왕대권國王大權)와 Constitutional Conventions(헌법적 관습)을 다룬다. 두 개념은 법적 성격에서 근본적으로 다르지만, 모두 일상적인 정부 권한 행사와 정부·의회·사법부 간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The Royal Prerogative (국왕대권)
정의 및 역사적 배경
Royal Prerogative란 군주가 절대 통치자로서 행사하던 권한과 특권 중 의회에 의해 제거되지 않고 현재까지 잔존하는 권한을 말한다. 역사적으로 군주는 전쟁 수행, 조약 체결, 의회 소집 및 해산, 입법적 간섭 없이 왕국을 통치하는 등 광범위한 집행 권한을 보유하였다. 그러나 수세기에 걸쳐 의회는 제정법을 통하거나 또는 권한 행사 방식 및 행사 주체를 제한하는 헌법적 관습의 발전을 통해 이러한 권한들을 점진적으로 축소해 왔다.
따라서 Royal Prerogative는 수세기에 걸친 의회의 제한 이후에도 원래의 군주적 권위에서 남아 있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이것은 의회가 창설한 권한이 아니라, 의회가 아직 폐지하기로 결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존속하는 것이다. 헌법 원칙상, 의회가 종래 대권에 의해 규율되던 영역에서 입법을 하면, 제정법은 불일치하는 범위 내에서 대권을 대체한다.
Crown Proceedings Act 1947의 영향
대권에 대한 가장 중요한 제정법적 침해 중 하나는 Crown Proceedings Act 1947에 의해 이루어졌다. 동법 제정 이전에는 정부가 불법행위(tort) 및 계약(contract)상 민사소송에서 면책(immunity)을 향유하였고, 이로 인해 정부로부터 손해를 입은 개인은 극히 제한적인 구제수단만을 가질 수 있었다. Crown Proceedings Act 1947은 이 면책을 폐지함으로써 정부가 개인이나 회사와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불법행위 및 계약 책임을 지도록 하였다. 이 개혁은 정부가 기존에 누려 온 실질적 이점의 상당 부분을 제거하였으며, 의회가 입법을 통해 대권적 특권을 제한한 가장 명확한 사례 중 하나로 남아 있다.
현존하는 Royal Prerogative의 범위
잇따른 제정법적 축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범위의 대권이 여전히 존속한다. 현재 남아 있는 대권은 크게 두 범주로 나뉜다. 대외 관계에 관한 권한과 국내 통치에 관한 권한이 그것이다.
대외적 권한 (Foreign Affairs)
대외 관계 분야에서 정부는 다음의 대권을 보유한다.
- 전쟁 선포 및 해외 군대 파병;
- 외국과의 조약 체결 및 비준; 그리고
- 외국 국가 및 정부 승인.
이러한 권한들은 그 정치적 측면에서 법원의 심사를 받기 어렵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다만 법원은 최근 들어 주장된 대권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그리고 존재한다면 그 행사가 적법한지 여부를 심사하려는 의지를 보여 왔다.
국내적 권한 (Domestic Affairs)
국내 문제에서 현재 존속하는 대권에는 다음의 권한이 포함된다.
- 의회 소집, 정회(prorogue) 및 해산(다만 해산은 현재 상당 부분 제정법에 의해 규율된다);
- 총리 및 그 밖의 장관 임명·해임;
- 의회를 통과한 법률안에 대한 Royal Assent 부여;
- 국가 방어(Defence of the realm)를 위한 국내 군대 배치;
- 사면권(pardon and mercy) 행사 — 사면 또는 형의 감경; 그리고
- 귀족 작위 수여 및 대영제국훈장(Order of the British Empire) 임명 등 공적 영예(public honours) 수여.
Prerogative의 실질적 행사: 총리·내각에 의한 대리 행사
이러한 권한들은 공식적으로는 정부에 귀속되어 있지만, 헌법적 관습에 따라 그 대부분은 실제로 총리와 내각이 군주의 이름으로 행사한다. 군주는 장관의 조언에 따라 행동하며, 거의 모든 상황에서 그 조언을 따를 것이 헌법상 요구된다. 실질적인 효과로 보면, 대권은 선출되지 않은 국가원수가 아닌 민주적으로 책임을 지는 장관들에 의해 행사되므로, 공식적 법적 지위와 민주주의 원칙 사이의 조화가 이루어진다.
권한의 공식적 법적 귀속 주체와 실질적 행사 주체 사이의 이러한 구별은 영국 헌법의 특징적 면모 중 하나다. 이는 Royal Prerogative와 헌법적 관습 사이의 긴밀한 관계를 잘 보여 준다. 대권은 법적 권한을 제공하고, 헌법적 관습은 그 권한이 실제로 어떻게, 누구에 의해 행사되는지를 결정한다.
Prerogative의 한계: Miller 소송
대권의 한계에 관한 가장 중요한 현대적 사법 판단은 R (Miller) v Secretary of State for Exiting the European Union [2017]에서 제시되었다. Supreme Court는 정부가 의회의 사전 수권 없이 대권을 통해 유럽연합 탈퇴 의사를 공식 통보하는 유럽연합 조약 제50조(Article 50 TEU)를 발동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법원의 논거는 다음과 같다. EU법은 European Communities Act 1972에 의해 국내법으로 편입되었으며, 대권을 통해 EU에서 탈퇴하면 동법이 개인에게 부여한 권리가 불가피하게 소멸하게 된다. 의회제정법에 의해 부여된 권리를 변경·축소하거나 제거하는 데 대권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제50조 발동에는 의회의 수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판결은 대권이 아무리 광범위하더라도 의회 주권을 배제할 수 없다는 원칙을 강력하게 확인한 것이다.
Constitutional Conventions (헌법적 관습)
정의 및 성격: 구속력은 있으나 집행 불가
헌법적 관습은 헌법적 행동에 관한 비법적(non-legal) 규칙으로서, 위반 시 상당한 정치적 결과가 뒤따른다는 점에서 구속력(binding)은 있으나, 법적 규칙처럼 법원에 의해 집행 가능(enforceable)하지는 않다. 헌법적 관습은 영국 헌법의 비공식적이고 실천 기반적인 측면, 즉 헌법적 행위자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에 관한 불문적 이해를 나타낸다.
헌법적 관습은 비법적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그 창설에 특별한 절차나 입법적 형식이 요구되지 않는다. 헌법적 관습은 일관된 실행으로부터 점진적으로 형성될 수도 있고, 헌법적 행위자들 사이의 명시적 합의로부터 발생할 수도 있으며, 헌법 원칙의 논리로부터 도출될 수도 있다. 이러한 비형식성은 헌법적 관습의 가장 큰 강점인 동시에 주기적 비판의 원인이기도 하다. 헌법적 관습은 변화하는 정치적 상황에 매우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지만, 그 정확한 내용은 다툼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헌법적 관습의 역할
헌법적 관습은 영국 헌법 질서 내에서 네 가지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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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의 광범위한 법적 권한을 제한하되, 대대적인 제정법적 개혁 없이도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많은 대권이 법적으로는 정부에 귀속되어 있지만, 헌법적으로 부적절한 방식으로 행사되지 않도록 관습에 의해 제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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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과 정부의 효과적이고 유연한 운영을 가능하게 한다. 헌법적 관습은 제정법으로 전환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번거로운 입법 절차 없이도 새로운 과제에 유기적으로 적응하며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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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회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보장한다. 개별 장관 책임(Individual Ministerial Responsibility)과 집단적 내각 책임(Collective Cabinet Responsibility)과 같은 관습은 장관들이 자신과 소속 부처의 행위에 대해 의회에 답변하도록 의무를 부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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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기관 간의 권력 분립을 유지한다. 사법부·행정부·입법부 간의 관계를 규율하는 헌법적 관습은 기관의 독립성을 보전하고 부적절한 권력 집중을 방지하는 데 기여한다.
주요 헌법적 관습의 예시
다음 표는 영국 헌법의 운영을 규율하는 주요 헌법적 관습을 정리한 것이다.
| 관습 | 내용 |
|---|---|
| 군주의 정치적 중립 | 군주는 정부 사안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으며, 장관의 조언에 따라 행동한다. |
| Royal Assent | 군주는 의회를 통과한 법률안에 대해 Royal Assent를 거부하지 않는다. Royal Assent가 거부된 마지막 사례는 1708년이었다. |
| 총리 임명 | 군주는 하원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정당의 대표를 총리로 임명한다. |
| 장관 임명 | 군주는 총리의 조언에 따라 장관을 임명하고 해임한다. |
| 의회 의원 자격 | 모든 장관은 하원 또는 상원 의원이어야 하며, 총리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하원 의원이어야 한다. |
| Individual Ministerial Responsibility (개별 장관 책임) | 장관은 소속 부처의 행위에 대해 의회에 개별적으로 책임을 지며, 중대한 잘못이 인정될 경우 사임해야 한다. |
| Collective Cabinet Responsibility (집단적 내각 책임) | 내각 장관들은 모든 정부 결정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거나 사임해야 한다. 내각에서 일단 결정이 이루어지면 모든 구성원은 이에 구속된다. |
| Salisbury Convention | 비선출 기관인 House of Lords는 집권 정당의 총선 공약에 포함된 법안을 가로막거나 무력화하지 않는다. |
| 사법부 독립 | 사법부 구성원은 정치 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며, 이를 통해 공정한 사법의 외관과 실질을 모두 보전한다. |
| 판사에 대한 공개적 비판 금지 | 장관과 의원은 사법부의 독립을 보호하기 위해 개별 판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는다. |
법원의 태도: 인정하되 강제하지 않음
법원은 헌법적 관습에 관하여 미묘한 입장을 취한다. 법원은 특정 관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법적 지위를 해석하는 데 있어 이를 고려하지만, 관습을 법규칙인 양 강제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사법적 자제의 주된 이유는, 헌법적 관습이 소송으로 해결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섬세한 정치적 상황을 규율하기 위하여 존재하기 때문이다. 헌법적 관습을 법적 규칙으로서 강제한다면 법원이 매우 당파적인 정치 분쟁에 끌려 들어갈 위험이 있고, 헌법적 관습을 가치 있게 만드는 유연성도 훼손될 것이다.
다음 두 사례는 이러한 사법적 접근 방식을 명확하게 보여 준다.
로디지아 일방적 독립 선언을 배경으로 한 Madzimbamuto v Lardner-Burke [1969]에서 Privy Council은 헌법적 관습이 Westminster 의회로 하여금 해당 영토의 정부 의사에 반하여 그 영토를 위해 입법하는 것을 막는다고 판시하기를 거부하였다. 법원은 기존 관습에 반하는 입법도 법적으로 유효하다고 확인하였으며, 의회 주권 행사에 대한 장벽으로서 관습을 강제하기를 거부하였다. 이 사례는, 관습이 정치적 측면에서 아무리 강력하더라도 의회가 법적으로 제정할 수 있는 것을 제한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 준다.
A-G v Jonathan Cape [1976]에서 법원은 집단적 내각 책임 관습이 내각 회의 내용의 기밀 유지를 요구한다는 이유로, 전직 내각 장관의 일기 출판을 금지해 달라는 청구를 심리하였다. 법원은 내각 기밀 유지를 요구하는 관습의 존재를 인정하였으나, 단순히 관습이 위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금지명령을 내리기를 거부하였다. 법원은 이 사안을 헌법적 관습을 직접 강제하는 문제로 보지 않고, 형평법상 비밀 유지(equitable law of confidence)의 관점에서 다루었다. 이 사례는, 법원이 헌법적 관습의 존재를 인정한다고 해서 그것이 법적 집행 가능성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확인해 준다.
성문화 논쟁: 유연성 보존의 중요성
헌법학계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논의로, 헌법적 관습을 성문화(codification)하여 헌법적 법령과 동일한 효력을 부여하자는 주장이 있다. 성문화 지지론자들은 헌법적 행동 규칙을 명확하고 집행 가능하게 함으로써 법적 확실성과 민주적 책임성이 향상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신중해야 할 이유도 충분하다. 헌법적 관습에 의회제정법과 동일한 법적 지위를 부여하면, 헌법적 관습을 헌법적으로 가치 있게 만드는 바로 그 특질, 즉 유연성을 잃게 된다. 헌법적 관습은 공식적인 개정 절차 없이도 새로운 정치 현실에 맞게 진화할 수 있다. 만약 관습이 고정된 법규칙으로 취급된다면 헌법은 경직되어 버릴 것이며, 새로운 상황에 관습을 시의적절하게 적응시키지 못하면 실질적인 헌정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대부분의 헌법학자들은 헌법적 관습의 불문적·정치적 성격이 영국 헌법 체계의 결함이 아니라 특징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결론: Royal Prerogative와 Constitutional Conventions의 상호작용
Royal Prerogative와 Constitutional Conventions는 서로 다른 법현상이지만, 깊이 상호의존적이다. 대권은 정부가 보유하는 공식적 법적 권한을 정의하고, 헌법적 관습은 그 권한이 실제로 어떻게, 언제, 누구에 의해 행사되는지를 결정한다. 두 요소는 함께 법적 권위와 정치적 책임성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수세기에 걸쳐 발전해 온 비공식적이지만 실효적인 헌법 거버넌스 체계를 구성한다.
대권은 전쟁 선포에서 총리 임명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집행적 행위를 위한 공식적 법적 근거를 제공하고, 헌법적 관습은 이러한 권한이 민주주의 원칙과 의회 주권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행사되도록 보장한다. 대권이 의회의 권한과 충돌하는 경우, R (Miller) v Secretary of State for Exiting the European Union [2017]가 명확히 밝힌 바와 같이, 우선하는 것은 의회다. 헌법적 관습이 위반되는 경우에는 법적 제재가 아닌 정치적 결과, 즉 사임·불신임·선거 패배가 뒤따른다.
이러한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것은 영국 공법을 공부하는 모든 학생에게 필수적이다. 영국 헌법은 단일한 문서가 아니라 서로 맞물리는 법원들의 살아 있는 체계이며, Royal Prerogative와 Constitutional Conventions는 그 핵심에 자리하고 있다.